전문병원協·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 토론회 개최
의료계, 중증도·필수의료 체계 개편 요구
고령 골절 우선 편입···인공관절·척추수술은 조건부 적용 제안
복지부 “현 분류체계 한계 인식···정형외과 특성 반영 검토”
초고령사회에서 고령 관절·척추질환자의 수술을 단순한 ‘선택 수술’이나 ‘경증 진료’로 볼 게 아니라 환자의 실제 위험도와 치료의 시간 민감성을 반영해 중증·필수의료 체계에 편입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대한전문병원협회와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고령 관절·척추질환의 중증도 평가와 필수수술의 정책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중증도 평가의 기준을 ‘질환명’에서 ‘환자의 실제 위험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령 골절처럼 근거가 명확한 분야부터 필수의료에 편입하되, 고위험 인공관절·척추수술은 조건부로 포함시키며, 전문병원에는 내과 협진·집중관찰·응급전원에 필요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최유왕 대한전문병원협회 이사는 이날 주제 발표에서 현행 중증도 분류체계가 복합골절, 노인성 골절, 재수술 등 관절·척추 수술의 실제 난이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정형외과 영역 전체가 상대적으로 ‘경증’으로 저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특히 고령환자는 심부전, 만성콩팥병(CKD),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간경화 등 여러 내과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 과정에서 급격하게 중증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지만, 현 제도에서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최 이사의 지적이다. 그는 이를 “의학적으로는 중증이지만 제도적으로는 비중증”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이에 최 이사는 70세 이상이면서 고관절·슬관절 인공관절이나 고령 척추수술을 받는 환자 중 심부전, CKD 3단계 이상, COPD GOLD 2 이상, 간경화, 항응고·항혈소판 치료 지속 필요 등의 동반질환을 복수로 가진 경우 ‘환자 단위 중증’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필수의료 편입을 위한 우선순위도 제시됐다. 최우선은 70세 이상 고관절·대퇴부 골절로, 고령 골절은 조기 수술 여부가 사망률과 합병증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표적인 ‘시간민감형 필수의료’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고령 인공관절 수술의 경우 전면 편입이 아닌 조건부 필수의료 적용 대상이라고 봤다. 70세 이상이면서 중증 통증, 보행·일상생활수행능력 장애, 낙상 위험이나 사회적 고립, 중등도 이상의 내과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적용하자는 것이다. 고령 골관절염이 단순 퇴행성 질환이 아니라 보행장애에서 낙상·와병·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질환’이라는 점도 강조됐다.최 이사는 필수의료 편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보상체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필수의료 정책수가를 신설해 수술·처치에 추가 가산을 적용하고, 야간·휴일 수술 가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령 고위험 환자에게 필수적인 내과 협진을 보상하기 위해 협의진찰료, 정형외과·내과·마취통증의학과 등 전문의가 참여하는 다학제 통합진료료, 고위험군 교육상담·관리료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또한 초고령 환자 진료를 위해 집중치료실과 24시간 당직체계를 유지하고, 내과 전문의 상주 등에 대한 별도 지원이 필요하며,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상급종합병원과 신속히 연계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전문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공유형 진료체계’ 구축 방안도 나왔다. 최 이사는 관절·척추 전문병원이 이미 전문의 중심 의료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전문병원의 인적 자원을 상급종합병원 및 지역 필수의료 체계와 연계하면 의료공백을 줄이고 중증 관절·척추환자의 진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권세광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부회장도 “80세 노인이 골절돼 응급실에 가는 상황은 누가 봐도 중증이고 필수이며 응급이지만, 실제 수술을 해도 이에 맞는 보상을 받기 어렵다”며 “정형외과 전체를 필수의료로 편입하기 어렵다면 고령 골절부터라도 우선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또한 권 부회장은 고령 인공관절 수술 역시 보행권 상실을 막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봤다. 그는 “초고령사회에서 걷지 못하면 내과질환 악화, 사회적 고립, 우울증, 장기요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행 회복이 최고의 예방복지라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전문병원의 고위험 수술을 뒷받침할 보상체계 요구도 나왔다. 전문병원이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을 자체 운영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수술 후 24~48시간 집중관찰이 필요한 환자에 대한 특별병실 입원료 가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유인책, 내과 협진 가산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전원 문제도 제기됐다. 권 부회장은 “전문병원에서 수술한 뒤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현 중증도 기준상 A군이 아니면 대학병원 전원이 쉽지 않다”며 “수술 후 중증 상태는 A군으로 재평가하고, 환자를 받는 병원에 중증응급 전원 수용 가산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이동찬 대한전문병원협회 수석부회장은 척추질환의 ‘발생 빈도’와 ‘중증도’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리통증 환자가 많고 상당수가 보존적 치료로 호전된다는 이유로 척추질환 전체를 경증으로 평가하면 실제 중증환자가 통계 속에서 사라진다는 이유다.이 부회장은 “척추외과 의사들에게 시간은 곧 신경 기능”이라며 진행성 마비, 마미증후군, 척수증 등은 수술이 지연될수록 회복 불가능한 신경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관절 골절과 마찬가지로 신경학적 결손을 동반한 노인성 척추질환도 시간민감형 필수의료로 봐야 한다는 게 이 부회장의 주장이다.김학선 대한정형외과학회 회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과정에서 정형외과 중증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지방 대학병원의 교수 이탈과 전공의 수련 기반 약화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체 분류체계를 한 번에 고치기 어렵다면 객관적인 데이터로 오류가 확인된 항목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김 회장은 건강보험 심사체계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학적 기준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삭감이 반복되면서 의료기관이 필요한 수술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그는 "현장과 완전히 틀린 심사를 하다 보니 일부 병원에서는 수술을 하면 거의 50%가 삭감되고 있다"며 심사위원회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그러면서 “삭감을 위한 심사가 아니라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를 유도하는 심사가 돼야 한다”며 학회와 심평원이 함께 전문성을 갖춘 심사위원을 추천하고 임상현장과 괴리된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정부도 현행 분류체계의 한계를 인정했다.유보영 보건복지부 의료혁신추진단 부단장은 “초고령사회에서 관절·척추 수술이 증가하고 고령환자들이 복합질환을 가진다는 점, 현재의 질환 중심 분류체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부분은 복지부에서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어 “환자의 컨디션과 의료적 상태를 반영하는 중증도 분류와 수가체계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며 복합 관절·척추 수술의 난이도를 세분화하고 제도 개선 여지가 있는지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아울러 전문병원과 상급종합병원 간의 공유형 진료체계, 전문병원 전문의의 수련 참여 방안에 대해서도 현재 진행 중인 진료협력 및 다기관 협력수련 사업의 성과를 살펴 제도화 과정에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